"환율 안정시 물가 3.4%대 기록했을 것"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의 높은 오름세가 물가상승률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환율의 상승 속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만큼, 환율의 물가전가율에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2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올해 1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3.8%)의 약 9%(0.34%p)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환율의 변동 흐름이 안정적이었다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대에 머물렀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의 상승 속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기 중에서도 가장 빨랐다. 최근 85일(2월25일~5월20일)동안 환율은 66.5원 올랐고, 상승 속도는 일평균 1.15원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평균 상승 속도가 1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최근 상승기(2020년 12월~2022년 5월)를 전체적으로 보면 환율의 상승폭(183원)과 속도(일평균 0.51원)는 과거 상승기와 비교해 두드러지는 오름세는 아니라는 평가다. 단적인 예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의 상승폭은 392.4원, 상승 속도는 일평균 3.41원에 달했다.
이처럼 환율의 물가전가율(원·달러 환율 또는 명목실효환율 1% 변동 시 물가상승률의 변동)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져 2020년에 '제로'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높아져 올해 1분기 현재 0.06%p 정도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의 물가전가율 상승은 코로나19 위기 회복 과정에서의 글로벌 공급병목과 전반적인 물가오름세 확대 등으로 기업의 가격 전가 유인이 2010년대 중후반의 저물가 시기보다 더욱 높아진 데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환율 상승기에는 환율 요인 외에도 공급·수요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물가상승압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환율의 물가전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상승기와 달리 수요·공급 요인 모두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향후 환율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에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