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에 '빅스텝' 행보 확산···한은, 7월 선택은?
인플레 공포에 '빅스텝' 행보 확산···한은, 7월 선택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發 물가 충격에···美연준,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96%
한·미 금리 역전도 가시화···내달 금통위 빅스텝 가능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물가 충격에 빠진 미국이 더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면서 세계 경제가 충격에 빠졌다. 앞서 미국이 긴축 기조로 전환했을 당시 경기 둔화 우려에 쉽사리 동조하지 못했던 대부분의 세계 중앙은행들도 최근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로 돌아섰다.

이에 하반기 한은의 금리시계도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한은 역시 '빅스텝'(0.5%p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FedWatch Tool)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이번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목표 범위를 1.50~1.75%로 결정할 가능성을 96.0%로 봤다.

현 미국 금리 수준이 0.75~1.0%라는 것을 고려할 때 대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이른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번에 75bp 인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만 하더라도 시장에서 예상했던 빅스텝 가능성은 96.9%에 이른 반면 자이언트스텝 확률은 3.1%에 불과했다. 일주일 새 시장 전망이 정반대로 뒤집힌 셈이다.

이처럼 시장 전망이 정반대로 뒤집힌 것은 최근 미국 내에서 급부상한 '물가 정점론'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년 전보다 8.6% 급등, 지난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8.5%) 이후 시장에선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예상치를 웃돈 물가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심지어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인 JP모건은 14~15일 열리는 FOMC에서 100bp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의 긴축행보에 쫓기는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하반기 금리인상 시계를 더욱 빠르게 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5%대 중반을 찍은 데다, 시장에선 오는 하절기(6~8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6%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6%대 물가가 현실화한다면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역시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는 점도 한은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오는 7월과 9월에 각각 25bp, 50bp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ECB는 세계에서도 가장 신중한 중앙은행으로도 꼽히지만,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보다 더욱 빠르게 긴축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연준이 오는 7월과 9월에도 빅스텝 또는 그 이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만큼, 다음달 13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빅스텝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이 이번 FOMC 정례회의(14~15일)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경우 한·미 간 금리 상단이 같아지기 때문이다. 한은 입장에선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경우에도 다음달 미 연준이 '빅스텝'을 밟는다면 금리역전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경기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자본유출 압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한다면 국내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이 끼칠 수 밖에 없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빅스텝 인상 행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에서도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있다"면서 "지난주 한은 창립 기념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책운용의 '민첩성'과 '유연성'을 함께 언급했다. 한국의 물가 오름세가 기대 이상으로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고려하면 한은의 빅스텝 인상 가능성은 꽤나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