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원자재의 장기 '슈퍼사이클' 강세장 국면이 약화하기 시작했다.
기술적 지표상으로 보면, 사실상 구리·원유 등 주요 원자재가 약세장으로 진입하면서 '슈퍼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산업 수요 위축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고려아연, 풍산 등 국내 후방 산업 대표주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시간 5일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는 이날 고객 노트에서 "NDR 원자재 모델이 약세장 캠프에 합류했다."며 "현재의 지표는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라고 분석했다. 다만 NDR는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이는 채권과 주식 모두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NDR 원자재 모델에 따르면 19개 원자재 가운데 7개만 20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았으며 3개는 50일 이동평균선을 상회했다.
이미 구리와 원유는 최근 몇 주 사이에 이미 약세장으로 진입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구리 가격은 전고점 대비 31% 떨어진 상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4% 빠졌다.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큰 폭으로 떨어져 전고점 대비 50% 이상 밀렸다. 이는 공급망 병목현상이 드디어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NDR은 설명했다.
NDR은 "수요가 인플레이션에 브레이크를 밟아줄 정도로 충분히 둔화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아지면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 모멘텀을 얻게 되고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증시의 대세 약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의 고점과 저점이 함께 낮아지는 패턴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대세 하락장의 지표로 평가된다. 이같은 패턴이 지속되면 구조적으로 높은 에너지 가격에 추가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약세장으로 진입하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고려아연, 풍산 등 철강·비철금속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이 경기 침체로 인해 매출이 줄면서 후방산업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분기 매출 22조4000억원, 영업이익 1조93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5% 줄어든 수치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2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었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t당 200달러까지 급등하자 가격 인상분을 열연·후판 제품 등에 고스란히 반영했다.
하지만 올 들어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면서 제품 가격을 일제히 내리는 분위기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최근 조선 업계와 재개된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협상 역시 가격 동결 가능성 큰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가는 포스코홀딩스가 2분기 영업 이익이 감소하기 시작해 하반기에도 실적 하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뿐 아니라 국내 2·3위 철강사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3분기부터 실적이 내리막길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아연과 구리 가격 급등에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고려아연과 풍산도 올 3분기부터 실적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아연과 풍산은 국내 비철금속 양강 업체다.
국내 최대 아연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아연 가격이 오를수록 정광을 제련해준 대가로 광산업체에서 받는 제련 수수료(TC) 수익이 상승한다. 구리 가공업체인 풍산 역시 구리값 급등에 따라 제품가와 원재료가의 차액인 '롤마진' 상승의 수혜를 봤었다. 그러나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끝나면서 롤마진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 수혜가 더 이어지기 어렵다는게 증권가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