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파급 효과 영향 하반기 가시화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은 여전히 물가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정점 시기도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국내 경기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경기와 물가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보다 더욱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의중을 내비쳤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2022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국내 경기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당분간은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 이후 우리 경제의 제반 상황 변화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한은은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향후 국제유가 전망·기저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오름세는 금년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에너지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수요측 물가상승압력 △미국 달러화 강세 등의 상방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정점이 지연되거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부총재보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전월보다 하락했고, 향후 물가 전망 당시 당분간 5~6%대 물가를 보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등으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근원물가 오름세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 정점 시기가 지난 것인지는 현재로써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과거 1970년대 미국을 보면 기대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했다가 더욱 큰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사례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 상황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환율 급등에 따른 '빅스텝'(0.5%p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부총재보는 "현재까지는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며 "내달 회의까지 발표될 경기·물가 데이터 및 국제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외환시장 내 쏠림현상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정책 대응을 예고했다. 이 부총재보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가속화, 위안화 약세 연동을 고려해도 우리의 경제 펀더멘털보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 속도는 빠르다"며 "외환시장 내 쏠림 현상도 일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행태 변화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며, 필요하다면 정책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반기를 지날수록 성장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경제는 상반기까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양호한 성장흐름을 나타냈으나, 최근 투자·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이 점차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에 대응한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성장경로에 대한 하방압력은 커졌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상승의 파급영향은 파급시차를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그간 누증된 부채와 높아진 자산가격이 통화정책 긴축의 영향을 확대시킬 소지가 있고, 저소득·과다 차입 가계를 중심으로 소비제약 효과가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