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스템 보호 위한 '빚투' 관리가 필요한 때
[데스크 칼럼] 시스템 보호 위한 '빚투' 관리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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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4322억6200만원으로 올들어 가장 규모가 컸다. 같은날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의 신용거래융자 잔액 역시 10조5282억7800만원으로 올해 최고치였다. 코스닥은 지난달 말 10조원을 넘겼다가 소폭 줄었으나 최근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신용잔고의 증가는 쏠림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에코프로·포스코(POSCO)홀딩스 등 이차전지 종목의 광풍에 뒤처지지 않고 탑승하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빚투 수요가 늘었다.

에코프로는 지난달 18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100만원을 넘은 뒤 25일(129만3000원)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에코프로비엠(32만6000원→46만2000원)과 엘앤에프(23만7500원→27만8000원)도 급등했다.

같은 기간 이들 코스닥 이차전지 상위 3개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는 7709억원(20일)에서 8913억원(27일)로 1200억원 넘게 늘었다. 코스닥 전체 신용융자 잔고(10조880억원)에서 3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8.84%나 됐다.

올해 초(1월 2일) 세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가 총 4240억20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금액으로는 약 2배 넘게 늘었고,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7조7569억원) 내 비중은 3.37%p(5.47%→8.84%)나 증가했다. 신용잔고의 쏠림이 심화한 것이다.

최근에는 개인매수가 포스코홀딩스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코스피에서도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신용잔고는 지난달 27일 4488억8100만원을 저점으로 급증해 이달 8일에는 7448억6300만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신용거래융자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4%에서 7.07%로 2.63%p 커졌다.

이 같은 쏠림은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우려한다.

수급이 꼬이면 주가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고, 신용잔고를 갚기 위한 매도 물량이 빠르게 늘어난다. 이는 더 강한 하락을 부추기고, 해소되지 않은 물량은 다음날, 혹은 다다음날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지난 4월 24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가 대표적인 실제 사례다. 차액결제거래(CFD)로 끌어올려진 주가는 수급이 꼬이면서 반대매매가 다른종목의 반대매매를 불러왔고, 그렇게 8개 종목이 줄줄이 하한가를 맞았다.

그 결과 증권사마다 수백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했다.

이차전지의 경우 시가총액 등을 고려했을 때 훨씬 더 큰 충격이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부추길 수 있다"며 "경쟁이 지나치지 않도록 관리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선제적으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 쏠림이 심한 종목에 대한 신규 신용거래융자를 제한하고 있다.

이제는 투자자 보호뿐만 아닌 증권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빚투를 관리해야 할 때다.

박시형 증권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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