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로 소비자 몫 가로채면 안 돼"
'주가조작·보험사기' 가장 강한 제재 예고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등은 국민의 재산형성 지원과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소돼야 할 과제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고객의 이익을 외면하고, 정당한 손실 인식을 미루거나 금융기관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원칙하에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4일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금감원이 지난달 8일부터 14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진행중인 홍콩 ELS 검사와 관련해 "아직 검사가 완결되진 않았지만 불완전판매 혹은 부적절한 판매 사례가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3월경 배상기준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그전이라도 금융회사의 자율배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감원은 '공정한 금융'을 올해 중점 추진할 감독방향으로 정하고, 소비자의 몫을 가로채는 행위를 엄격히 차단하겠단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2층 대강당에서 '2024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사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단기 실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리스크관리에는 소홀한 채 단기적 이익은 사유화하고 위험을 소비자 등 사회에 전가하는 행태 등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의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증식시켜야 할 금융사들의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집중 투자,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를 통한 과도한 성과급·수수료 수취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국민들께서 모은 소중한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증식시키는 일"이라며 "금융회사가 과점적 체제에 안주해 혁신이나 소비자 효익 제고 노력 없이 규제(라이선스) 차익을 향유하거나 금융사의 우월적 지위만을 이용해 소비자의 몫을 가로채는 행위를 엄격히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융회사 경영진 및 이사회 모두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감독해야할 의무가 있다"면서 "감독당국도 올해에는 이러한 기본 원칙을 정립하고 시장 질서를 엄격히 바로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시장 질서를 바로 세워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동산 PF에 대해선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를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한편, H지수 ELS와 관련해선 확인된 불완전판매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에 나선다.
그는 "우리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PF에 대해서는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위험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유도하겠다"며 "부실자산에 묶여있던 자금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부문에 흘러가도록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에 대해선 "소비자를 위협하는 불법‧불건전행위 인지 시 검사인력을 즉시 집중 투입하고, 통합 연계검사를 실시해 문제점을 조기에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금융 관행개선과 함께 민생침해 금융범죄를 처단하고, 금융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의 재산을 갉아먹는 주가조작·보험사기 등과 관련해 가장 강한 수준의 제재도 예고했다.
이 원장은 "'공정금융 추진위원회' 운영을 통해 현장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적극 발굴, 달라진 금융거래 환경을 체감할 수 있도록 바꿔나갈 것"이라며 "민생침해 금융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원내 대응 협의체'를 설치하고, 예방부터 단속, 피해구제에 이르는 전단계에 걸쳐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주가조작, 보험사기, 불법추심 등 파렴치한 민생금융범죄에는 가장 강한 수준의 제재 등으로 일벌백계하겠다"면서 "금융사들이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데이터결합 및 AI활용에 대한 규율체계 개선 등의 과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