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4월 위기설'···건설업계 '유동성 확보' 안간힘
계속되는 '4월 위기설'···건설업계 '유동성 확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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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발 PF 부실 현실화···최대 10조원 손실 폭탄 전망도
자금줄 막힌 건설사. '선제적' 자금 마련 총력...법정관리 속출
"부실채권 규모 예상보다 클 수 있다···연착륙에 역량 집중해야"
아파트 건설 현장.(사진=서울파이낸스DB)
아파트 건설 현장.(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현실화하며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22대 국회의원 선거란 대형 정치 이벤트 이후 부동산 PF 부실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올 수 있다는 이른바 ‘4월 위기설’까지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최근 태영건설은 회사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5626억원으로, 자산(5조2803억원)보다 부채(5조8429억원)가 많아지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고 공시했다. 

이는 태영건설의 충당부채가 급증한 탓이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 충당부채는 1조388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58.5%(1조2690억원) 급증했다. 회사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가 1조원 넘게 늘었다는 얘기다. 

기업은 충당부채 추정액만큼 회사의 부채를 늘려잡고 비용에 반영해야 한다. 태영건설의 경우 충당부채 증가 여파로 ‘영업 외 비용’이 2022년 1571억원에서 지난해 1조5028억원으로 10배 폭증했다.

문제는 태영건설 PF 사업장의 부실이 상당부분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 분석 결과, 태영건설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PF 우발부채는 3조6000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 사회간접자본 사업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잠재 부채 가운데 3분의 1 수준이 실제 회사의 부채 부담과 대규모 손실로 돌아온 셈이다. 

이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 안팎으로는 PF 부실이 4월 이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주요 20개 건설사의 민간 주택사업 PF 우발부채를 지난해 하반기 기준 약 30조원으로 추산했다. 태영건설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최대 10조원가량의 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시장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실제 올해 1~2월 전국에서 새롭게 대출이 실행된 부동산 PF는 7건뿐이다. 그나마도 기존에 있던 대출을 차환하기 위한 PF 대출이 절반이고, 신규 공급을 위한 대출은 손에 꼽는다.

자금줄이 막힌 건설사들은 채무 축소와 유동성 확보에 애쓰는 모습이다. 주요 건설사 중 PF 우발부채 규모가 5조4000억원으로 가장 큰 롯데건설이 최근 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산업은행·증권사 등과 유동성 지원을 위한 2조3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을 확정한 것도 이처럼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 중견 이하 건설사들의 경우 자금 확보를 위해 고금리에도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향후 불어날 이자 부담도 걱정이다. 지난달 말 한신공영은 만기 12개월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9.5% 금리에 발행했다. 단순 추산하면 1년 동안 금융비용이 47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신세계건설, KCC건설, 이수건설 등도 7~8%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또 신세계건설은 사모사채(2000억원) 발행, 레저사업부문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으며, SGC이테크건설은 800억원 규모의 채무증권을 발행했다. 동부건설도 해외 현장 공사대금과 준공 현장 수금, 대여금 회수로 3000억원을 긴급 확보했다.

중흥건설은 지난 1월 계열사 중흥산업개발로부터 3년 만기, 금리는 연 4.6%로 290억원을 차입한 데 이어 이달 같은 만기 및 금리로 100억원을 추가 차입했다. 반도건설은 지난달 20일 반도로부터 427억원을 차입했고, 중견 건설사 대방건설동탄은 올해 총 6차례에 걸쳐 대방건설로부터 274억원을 수혈받았다. 모두 만기 1년짜리 단기차입이다.

여기에 미분양에 따른 공사 미수금 등 손실을 해소하지 못한 중견사들의 법정관리행이 잇따르며 건설사 연쇄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만 새천년종합건설, 중원건설, 씨앤티종합건설 등 7개 건설사가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경기 가평 지역주택조합(420가구)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공동주택(23가구), 성동구 용답동 오피스텔(196실),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98실) 등 현장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도 '최악의 경기'라고 했는데 올해는 더 나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생각"이라면서 "공사비가 치솟고 미분양도 늘어나는데 고금리에 자금줄도 막혀 벼랑 끝에 몰린 건설사가 한두 곳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 사정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76.4%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었다고 답했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답한 기업은 17.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PF 부실이 금융권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해 PF 사업성 평가 재분류, 대주단 협약 개정 등 사업장 재구조화 및 시장 연착륙에 나선 정부 당국은 '4월 위기설'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위기설이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침체 흐름이 계속될 경우 건설사 줄도산은 물론, 금융산업까지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현재 PF 시장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위기로 향후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할 부실채권의 규모는 예상 외로 클 가능성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위기 연착륙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위기가 촉발된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함께 부실규모 감축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 및 국내 개발사업‧부동산PF 구조개선에 대한 고민 등 재발 억제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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