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이드] K-콘텐츠에게 기묘한 기회의 땅,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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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디즈니+·프라임비디오 '삼파전'···자국 콘텐츠 영향력 큰 나라
'눈물의 여왕' 타고 K-콘텐츠 관심 커져···韓 OTT에 기회의 땅 될 수도
(사진=플리커)
(사진=플리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전세계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4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위 프라임비디오가 11%대인 점을 고려하면 격차는 꽤 큰 편이다. 미국 내에서는 프라임비디오에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전세계 190여개국에 서비스를 하며 세계 시장을 재패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넷플릭스는 시장 지배적인 OTT 서비스다. 그러나 그런 넷플릭스에게 꽤 까다로운 시장이 하나 있다. 바로 인도다. 인도는 흔히 '발리우드'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콘텐츠 공룡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인도는 중국과 맞먹는 가장 큰 시장이다. OTT, 스마트폰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인도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저스트와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는 인도에서 13%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몇 년 전만 해도 5위에 간신히 걸쳐있던 걸 고려하면 꽤 성장한 수준이다. 인도에서 점유율 2위 OTT는 22%의 프라임비디오다. 이를 뛰어넘는 1위는 24%의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다.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자회사 스타 인디아가 운영 중인 OTT 서비스다. 

2023년 4분기 인도 OTT 점유율. (사진=저스트와치)
2023년 4분기 인도 OTT 점유율. (사진=저스트와치)

인도의 OTT 점유율은 한때 꽤 요동쳤다. 넷플릭스는 5위에 머물렀다가 프라임비디오와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처럼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의미다. 여기에는 디즈니플러스의 독특한 전략이 크게 기여했다.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의 소유주인 스타 인디아는 원래 21세기폭스사의 계열사였다. 그러나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즈니의 계열사가 됐다. 한때 인도 최대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인도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과시했으나 경영난에 시달린 후 현지 기업인 비아컴18과 합병했다. 현재 디즈니는 지분 36.84%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남아있다. 

최근 몇 년 간 경영권에 변화가 있었지만,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이 같은 영향력에는 중요한 화두가 존재한다. 바로 '현지기업'이다. 미국 미디어 재벌의 자본이 개입했지만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엄연히 인도에서 탄생한 인도 기업이다. 토종 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이겨냈다는 의미다. 확실히 한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인도의 영화산업은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세계에서 영향력이 강하다. 인도에서는 매년 1000편에 가까운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자국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도 한때 90%에 이를 정도로 높다. 1000편의 영화들이 모두 잘 만들고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를 생산하는 능력만큼은 세계 최고다. 그만큼 소비하는 관객도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인도의 관객들은 다른 나라 영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문화와 기호를 고려한 자국영화만으로 충분한 엔터테인먼트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대로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크리켓 중계권까지 확보할 정도로 현지화가 잘돼있다. 

전세계의 현지 콘텐츠를 한 플랫폼에 담아 동시에 공개하는 넷플릭스는 인도의 문화권에서는 여전히 낯선 플랫폼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넷플릭스는 인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실제로 2022년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서 구독료 인상을 꾀할 때 인도에서는 오히려 구독료를 내리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렇게 공을 들인 결과가 지금의 점유율 3위라는 의미다. 

'눈물의 여왕'. (사진=CJ ENM)
'눈물의 여왕'. (사진=CJ ENM)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인도의 콘텐츠 시장에도 해외 콘텐츠가 끼어들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한국 콘텐츠 소비량은 월 18.6시간으로 해외 국가들 중 가장 많았다. 특히 한국 콘텐츠 평균 소비 시간이 11.6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약 7시간이나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는 OTT 점유율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도에서 최근 큰 인기를 끈 '눈물의 여왕'은 넷플릭스가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전세계에 동시에 공개하는 원칙이 있는 만큼 인도에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기에도 쉽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대부분을 일본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 소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도에서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한국 드라마는 없다. 여기에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재, 곧 죽습니다' 등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일부가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인도에 소개됐다. 

인도 내에서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의 전략 변화에 따라 인도 OTT 시장이 요동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웨이브, 티빙도 인도에서 뜻밖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현재 티빙은 파라마운트 플러스와 손잡고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웨이브는 해외 전용 플랫폼 코코와를 앞세워 미주 지역과 유럽, 오세아니아 공략에 나섰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분명 기회다. 다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의 벽을 넘어야 하고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도 펼쳐야 한다. 인도는 세계의 흐름과 전혀 다른 길을 가는 기묘한 OTT 시장이다. 이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은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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