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단위' 시금고 노리는 시중은행···수익성 악화에 기관영업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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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주시 금고지기 선정···탄탄한 자금력 '무기'
순익 하락 속 성장 요원···수도권 포화 지역 '눈독'
부산광역시 금고를 관리하고 있는 BNK부산은행(1금고)과 KB국민은행(2금고) 전경. (사진=각 사)
부산광역시 금고를 관리하고 있는 BNK부산은행(1금고)과 KB국민은행(2금고)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하는 지자체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은행권 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으로 주요 은행의 순이익이 크게 쪼그라든 데다 가계대출 성장 한계, 순이자마진(NIM) 축소 등으로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요원한 상황이라 앞다퉈 기관영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부산광역시와 광주광역시가 시금고를 운용할 은행을 선정한다. 부산시금고 자금 관리 규모는 연간 약 16조원, 광주시금고 관리 규모는 약 7조원에 달한다.

현재 부산시의 1금고와 2금고는 각각 BNK부산은행과 KB국민은행이 운용하고 있다. 시금고 운용 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로 내년 1월 1일부터는 새롭게 선정된 은행이 시금고를 맡게 된다. 부산시는 새 시금고 선정을 위해 다음달 중 금고 사업자 선정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선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4년간 부산시 금고지기를 맡게 된다.

1금고는 일반회계와 18개 기금 등 시 예산의 70%를, 2금고는 공기업특별회계, 기타 특별회계 등 나머지 30%를 관리하게 된다. 올해를 기준으로 부산시 예산은 15조7000억원이다.

이번 부산시금고 유치전에는 24년간 1금고 자리를 지켜온 부산은행과 2금고를 맡고 있는 국민은행, 부산시에 거액을 출연한 하나은행, 지자체 금고 시장의 전통 강자 NH농협은행 등이 참전할 전망이다.

국민·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은 탄탄한 자금력을 무기로 장착했다. 올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부산신용보증재단에 각각 120억원, 110억원을 출연했는데, 이를 두고 부산시금고 유치전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신보재단은 은행 출연금의 10~15배를 대출 보증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지역 소상공인 자금 지원 효과가 크다.

은행들 가운데 지자체 금고를 가장 많이 관리하고 있는 농협은행은 전국 지역농협 네트워크망 활용 용이성을 이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부산은행의 경우 부산 영업을 기반으로 하는 제1의 지방은행이란 상징성과 24년간 부산시금고를 관리해 온 노하우를 무기로 내세울 전망이다.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 5년간 연평균 101억원을 부산신용보증재단에 출연, 은행들 중 가장 큰 규모로 부산에서 상생금융을 펼치고 있다.

광주시도 올해 12월 31일 기존 금고 담당 은행들과의 계약이 끝나는 만큼 곧 새로운 금고지기 선정에 나선다. 현재 광주시 1금고는 광주은행, 2금고는 국민은행이다. 광주시는 새 금고지기 선정을 앞두고 지난달 말 금고 지정을 위한 심의 규정을 일부 변경하기도 했다. 평가 항목 중 '지역재투자 실적 및 계획'이 신설된 만큼 광주 지역사회에 출연금이 많은 은행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다음으로 예산 규모가 큰 경기도도 내년 3월 기존 금고 은행들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경기도의 올해 예산은 36조1211억원으로, 내년 예산은 연간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이 눈독을 들이는 주요 지자체 중 한 곳인 만큼 내년 금고지기 선정을 앞두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이 서울 수도권 외 지자체 금고에까지 욕심을 내는 이유는 포화된 수도권 시장에서는 수익성을 개선할 만한 요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는 은행은 지자체 예산을 낮은 원가로 조달할 수 있는데, 이는 저원가성예금을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 저원가성예금 확보를 통해 조달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노력인 셈이다. 산하 공공기관 등 기관을 대상으로 한 추가 부대사업은 물론 지역 내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홍콩ELS 여파로 비이자이익도 쪼그라들고 있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 규모를 마냥 늘리기도 어려워 이자이익 성장도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특히, 올해 1분기 홍콩ELS 배상으로 순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던 터라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시금고 등 기관 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분기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3조372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조3678억원) 대비 22.8% 줄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마진을 가장 많이 남길 수 있는 가계대출은 현재 마냥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기업대출이나 기관영업 등 다른 부문으로 눈을 돌리는 한편, 저원가성예금 등 조달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전략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특히 시금고는 해당 지역에서 최소 4년간은 영업활동을 넓힐 수 있도록 보장된다는 점에서 점점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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