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대선후보 사퇴···韓 반도체·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은?
바이든, 美 대선후보 사퇴···韓 반도체·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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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가능성 '여전히 건재'···보호무역주의 부활 가능성
류진 한경협 회장 "큰 영향 없을 것···한미일 동맹 '여전히 견고'"
해리스 당선되면 보조금 정책 유지···노조활동 등 압박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3개월여 남겨두고 재선을 포기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반도체·배터리 업계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사퇴하고 재선 도전을 공식 포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며 "내 결정에 대해 금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발언 중간에 맥락과 상관이 없는 말을 하면서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논란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꼽히는 후보였다. 

이에 따라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트럼프 vs 해리스 구도로 압축될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CNN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 대결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 해리스 부통령은 45%의 지지율로 오차범위(±3.5%) 내였다.

다만 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거인단제를 도입하는 만큼 여론조사 우위가 선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로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앞섰으나 결과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끝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배터리 보조금 정책을 수술할 수도 있다. 한국과 대만 등의 반도체 기업들이 가져가는 보조금을 줄여 자국 기업들에게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만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수십억달러를 주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겠지만, 이후에 다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TSMC를 겨냥한 이 발언에 TSMC뿐 아니라 미국에 공장을 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까지 한때 주가가 휘청이기도 했다. 

또 지난 4월 미시건주 유세에서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물량공세를 겨냥해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명령 폐기에 서명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 자동차 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투자를 확대한 만큼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배터리 기업에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사진=조 바이든 대통령 후원 홈페이지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사진=조 바이든 대통령 후원 홈페이지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따른 우리 산업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지난 12일 제주하계포럼에서 "미국은 민주당이 자국 기업을 더 보호한다"며 "트럼프는 미국에 투자한 기업은 미국 기업과 똑같이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집권 당시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함께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다시 한번 대미 투자를 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지금보다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류진 회장은 또 우리나라 기업들이 노조가 없는 주에 주로 투자한 만큼 공화당과 더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와 SK하이닉스가 HBM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는 인디애나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이 밀집한 미시건, 오하이오주는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만큼 공화당 입장에서도 당선을 위해 공을 들여야 하는 지역이다. 

류진 회장의 부친인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집안과 인연이 깊고 류진 회장 역시 미국 공화당, 민주당 유력 인사와 두루 친분을 쌓고 있다. 류 회장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힘을 합치면 트럼프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돼도 당연히 협조적일 것"라며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후 상황에 대한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 이후 결집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민주당 지지자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서 민주당도 안팎으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제임스 클리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해리스가 부통령이든 대선후보든 최대한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졌다. 또 팀 라이언 전 하원의원과 그레첸 휘트먼 미시간 주지사 등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도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계승하면서도 바이든보다 더 진보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유지하면서도 관세 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활동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법인세율이 인상될 수 있는 만큼 기업활동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또 미국의 노동조합들이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만큼 노조 설립에 대한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밖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미중 무역갈등은 현재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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