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원칙 고수하던 벤츠도 공급사 정보 밝혀
"폴스타 핵심가치 '투명성', 신차에 중국 CATL"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가 배터리 공급사를 전격 공개하며 시장 불안 진화에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0일 국산·수입차 제조사 중 가장 먼저 자사 홈페이지에 전기차 13종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급사를 공개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2세대 코나 일렉트릭에만 중국 CATL 배터리를 달았고, 나머지 12종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제품을 썼다. 제네시스의 경우 모두 SK온 배터리를 적용했다.
형제 업체인 기아도 전날 자사 전기차 12종에 탑재된 배터리 공급사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10종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제품을 달았고, 레이 EV와 2세대 니로 EV에만 중국 CATL 제품을 썼다. 양사는 소비자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향후에도 신형 전기차를 출시할 때마다 배터리 공급사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BMW코리아가 전날 가장 먼저 배터리 공급사 정보에 대해 알렸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급사 정보에 따르면 전기차 12종 중 2종(준중형 전기 SUV iX1, 중형 전기 SUV iX3)에만 중국 CATL 배터리를 적용했고, 나머지 모델에는 모두 삼성SDI 배터리를 달았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의 중심에 있는 벤츠코리아도 이날 배터리 공급사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업체는 그간 "본사 정책 등을 이유로 공급망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비공개 원칙을 내세웠으나, 시장의 요구에 따라 배터리 공급사 정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게시된 정보에 따르면 불이 난 전기 세단 EQE의 경우 300 트림에만 중국 CATL 배터리가 들어갔고, EQE 350+, AMG 53 4MATIC+, 350 4MATIC에는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쓰였다. 중형 전기 SUV EQE SUV 500 4MATIC과 대형 전기 세단 EQS 350에도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 밖에 소형 전기 SUV EQA에는 중국 CATL과 SK온 배터리가, 소형 전기 SUV EQB에는 SK온 배터리가, 중형 전기 SUV EQC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중형 전기 SUV EQE SUV 350 4MATIC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대형 전기 SUV EQS SUV와 마이바흐 EQS SUV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각각 들어갔다.
이날 중형 전기 SUV 폴스타4를 출시한 폴스타코리아의 경우 "2021년 출범 당시부터 홈페이지에 배터리 공급사에 대한 정보를 게시하고 있다. 폴스타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투명성'이기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폴스타4에는 중국 CATL 배터리를 썼다"고 했다.
볼보차코리아도 이날 공식 어플리케이션에 배터리 공급사 정보를 밝혔다.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 모델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다. 이 업체 측은 "볼보차코리아는 신차 출시 시점부터 배터리 공급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왔다.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주요 수입차 업체도 배터리 공급사 정보를 공개함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