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세금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현대자동차그룹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기본 관세 10~20%를, 중국산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초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전체 709억달러(약 99조원)고, 이중 절반 이상이 미국 수출액(370억달러(약 52조원))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80만대 이상을 수출한 점을 고려하면 관세가 10%만 부과돼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물량 중 국내 생산 비중은 60%에 육박한다"며 "대부분 고부가가치 차량이라서 관세 부과만으로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 10~20%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월 3000억원 이상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산 전기차에 세금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방지법(IRA) 폐기도 거론했다. 미국 상원이 IRA 폐지를 반대하고 있어 트럼프가 이를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평소 전기차를 녹색 사기로 몰아세우며 보조금 지원을 못마땅해하던 인물이기에 어떤 형태로든 혜택은 줄어들 수 있다. 전기차 중심의 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최근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공장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준공했다. 다만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로 생산 설비 일부를 하이브리드차 생산 설비로 바꾼 상태다. 일각에서는 HMGMA의 하이브리드차 생산 능력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으로 인해 전기차 혜택이 줄어들면 하이브리드차 생산에 집중해 변화한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그간 미국과 한국 사업장을 중심으로 대관 인력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트럼프 1기 시절 주필리핀·주인도네시아 대사로 일한 성 김 전 대사와 연원호 전 국립외교원 경제기술안보연구센터장을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전문가는 "트럼프 1기 시절 쌓은 경험과 그간 확보한 탄탄한 인맥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수월하게 현안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