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LG카드 새주인은 결국 하나銀?
<심층분석>LG카드 새주인은 결국 하나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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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매각을 둘러싸고 채권은행단 내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일단 기선은 하나은행이 제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LG카드 매각 조건 변경 후 인수의향서 재접수 상황을 도출해 낸 것.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시한이었던 23일까지 채권단 8개 은행 중 의향서를 제출한 은행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이에 채권단은 기존 매각 조건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판단, 24일 오후 은행장들이 다시 모임을 갖고 새로운 매각 조건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된 데는 채권 은행들 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8개 은행 중 실제 LG카드 인수에 뛰어들 여력이 있는 은행은 우리금융, 하나, 산업은행이 꼽힌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문제를 처리하는 데도 골머리를 앓고 있고, LG카드라는 큰 공룡을 인수할 만한 강력한 리더십도 부재한 상황이다. 우리금융 윤병철 회장과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만료다. 실제 인수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으로서 금융감독당국의 컨트롤이 가장 용이한 은행이라는 입장 때문에 매각 작업을 지금까지는 조율해 왔으나 내심은 조정 역할로만 그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산업은행 역시 굳이 앞장서서 나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증권 매각에 실패, 수 년째 산업은행에 묶어 두고 있는 상황에서 LG카드까지 인수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시장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위의 비판도 부담스럽다. 인수 실수요자가 있다면 굳이 인수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얼마 전 산업은행측은 하나은행 인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인수 여력이 있는 은행들 중 하나은행이 가장 실수요자에 가깝지만,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현 조건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인수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LG그룹의 지원을 늘리는 등 매각조건 변경을 이끌어냄으로써 최대한 인수에 유리한 상황을 도출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인수 여력이 없는 나머지 5개 은행들이 LG그룹으로부터 보다 많은 지원을 바라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하나은행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형국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7개 은행의 이해관계가 합치한 것.

이에 가수요자인 우리은행은 하나은행에 지나치게 끌려가는 현 상황을 우려, 우리금융이 인수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내보냈다. 23일 이덕훈 행장이 우리금융에 LG카드 인수를 적극 검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힌 것도 하나은행 견제라는 맥락으로 시장은 읽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우리은행은 자기 은행만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이에 채권단은 LG카드에 대한 출자전환 규모를 기존 1조원에서 수천억원을 더 늘리고 LG그룹 계열사들의 유동성 지원규모도 기존 8천억원보다 크게 증액, 인수 금융회사의 부담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부적으로 8개 채권은행의 추가 출자전환, LG그룹의 유동성 추가 지원, LG카드 기존 주주에 대한 감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계 투자회사 템플턴애셋매니지먼트가 추가로 LG카드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이 감자 방어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고, 채권단도 추가 손실을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어서 감자 가능성은 유동적인 상황이다. 이에 감자보다는 채권단과 LG그룹의 추가지원 및 제2금융권의 지원만으로 자본잠식액 해소 부족분 1조원을 충당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하나은행은 산업은행 인수 후 재인수를 추진하지 않는 한, 현 상태에서 LG카드 인수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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