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동성 위기로 벼랑 끝에 설 것인가
현대, 유동성 위기로 벼랑 끝에 설 것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규 대출 중단에 이어 기존 대출 만기연장 거부시,
어닝서프라이즈 실현에도 불구하고 추락할 수 있어…

[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계속 거부하자, 외환은행을 포함한 현대그룹 채권단은 8일 신규대출 전면 중단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에 현대그룹의 유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곧바로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만 하더라도 1조 3천억 원 수준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각 계열사들은 일단 확보해 놓은 유동자금으로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룹의 주력 업종인 해상운송업의 특성상 장기간 은행대출을 받지 못하면 현대상선을 포함한 계열사들의 자금운용이 흔들릴 수 있다. 또한 대외 신인도 하락 등 부정적 영향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상선의 경우, 선박 건조를 위해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하거나 금융기관에서 장기로 선박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채권단이 중단키로 결의한 신용공여에는 신규대출은 물론 선박금융, 지급보증, 계약이행보증 등도 포함돼 있어 현대 측에 가해질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계열사들이 당장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 현대상선이 국내가 아닌 해외 금융기관에서 선박금융을 이용한다고 해도 은행을 통한 금융조달의 길이 막힌 상황에서 무작정 버티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관측이다.

이에 현대그룹 관계자는 “선박금융을 이용하는 사례는 드물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금과 향후 예상되는 매출액만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기존 대출 만기연장 거부라는 카드를 추가로 내놓을 경우, 현대그룹의 버티기 작전은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조 6천억 원 정도로 알려진 대출금액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현대그룹은 대출금을 상환할 길이 없어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이번 결의대로 실제 행동에 들어가는지를 지켜보고 향후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실시한 재무구조 평가에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제재조치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주채권은행과 해당기업 간에 자율적으로 체결되는 사적인 계약이므로, 현대그룹이 외환은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재무구조 평가에 따른 재무약정을 체결할 협조의무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협조의무가 없는 현대그룹에게 재무약정체결 지연에 대해서 대출회수, 신규여신 중단 조치를 내리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과도한 제재”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지난해 최악의 불황에서도 세계 최대선사인 머스크(Maersk)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손실율을 기록하여 경영성적으로 세계 2위를 하였다. 올해에는 세계선사 중 가장 먼저 1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 2분기에는 실적 최고 연도인 2008년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그럼에도 외환은행이 현대상선을 부실기업으로 몰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관철하겠다는 것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외환은행이 그룹의 이미지와 신용도를 훼손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외환은행 측에 현대상선 대출금 400억 원을 상환했으며, 나머지 대출금 1200억 원도 조속한 시일 내에 상환 완료해 외환은행과의 거래관계를 소멸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현대 측의 주채권은행 변경요구에 즉각 동의해 주기를 재차 촉구한 이 관계자는 “기업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는 매 6개월마다 새롭게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지난달 30일로 올해 상반기 실적이 마무리 됐으므로 새로운 주채권은행이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선정돼 2010년 상반기 실적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무구조평가를 받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