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험사 '윈윈효과' 기대
"퇴직연금시장서 총력전 펼친다"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지난달 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퇴직연금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자영업자를 퇴직연금제도의 가입대상에 포함하고 신설사업장의 경우 퇴직연금제도를 자동 설정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중간정산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대신 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중도인출 요건을 완화토록 했다.
아울러 DB(확정급여형)·DC형(확정기여형)의 동시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DB형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에 쌓아야 하는 최소 적립비율을 기존 60%에서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갖고 있던 퇴직연금제도가 갖고 있던 문제점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간정산을 금지해 안정적인 연금재원 확보가 가능해지고 적립금 수준 수시검증을 통해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또 기존에 가입대상이 자영업자, 특수직역연금가입자, 특수형태근무자 등으로 대폭 확대돼 퇴직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던 퇴직연금제도의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며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 및 재무건전성 강화, 시장질서 확립 등을 통해 노후소득보장기능을 제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준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전략연구센터장 역시 "이번 개정안으로 퇴직연금시장이 확대되고 불건전영업행위에 대한 제재가 가해져 퇴직연금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시장의 성장추세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도 전망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퇴직연금시장이 2010년 29조원에서 2020년 192조원으로 6.6배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개정안 통과 이전 예상 성장치인 139조에 비해 38% 이상 증가한 규모다.
특히 DB·DC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뎠던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개인퇴직계좌)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은퇴연구소는 IRA시장에 대해 2010년말 2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81조원 규모(32배)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준범 전략연구센터장은 "기존 제도에서 퇴직금을 회사에 적립하면 비용으로 인정해주던 세금 혜택이 세법 개정으로 폐지된 것도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퇴직연금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커진 퇴직연금시장에 집중해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보험설계사를 모집인으로 등록시켜 모집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보험사에게 퇴직연금시장 선점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보험사에겐 전통적으로 타 금융업권에 비해 모집업무에 강한 설계사 채널이 있어 이를 전면에 내세워 퇴직연금 영업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을 현재 16%에서 20%로 확대할 계획이며 대한생명도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전문직 및 중상층 고객확보를 통해 은퇴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ING생명도 퇴직연금시장에 주력해 5년내 시장점유율을 5%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퇴직연금시장에 주목하던 보험사들이 4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