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70대 판매…목표치 미달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현대차의 아슬란이 출시된 지 석 달이 지나도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당초 현대차는 대기업 임원 인사 시즌에 맞춰 아슬란의 법인차 판매를 기대했지만, 지난달 판매실적을 보면 그 마저도 신통치 않은 모양새다.
3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달 아슬란은 총 1070대가 팔렸다. 올해 판매 목표 2만2000대 달성을 위한 월평균 판매량 1800대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목표치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말 아슬란의 출시 당시 연말까지 6000대를 팔겠다고 자신했으나 이에 절반도 되지 않는 2551대로 마감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아산공장에서 아슬란을 쏘나타, 그랜저 등과 혼류 생산하는 탓에 생산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법인 수요가 집중되는 1월에는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부진한 성적이 공개된 현재로서는 '아슬란의 위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현대차는 기존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의 전륜 구동 세단 아슬란을 출시하면서 플래그십 모델의 라인업을 넓혔다. 후륜 구동 위주인 독일 대형 세단에 대항하고, 기존 대형 세단 라인업에서 흡수하지 못한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이었다.

아슬란은 앞서 2012년 단종된 기아차 '오피러스'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한 모델로 꼽힌다. 오피러스는 아슬란과 같은 길이 5m 미만의 대형 전륜 구동 세단으로 당시 그랜저와의 가격 차이(400만원)가 현재 아슬란과의 가격차(600만~700만원)와도 얼추 비슷하다. 법인 시장에서 상무급과 부사장급 임원에게 지급되던 그랜저와 제네시스에 이어 전무급 임원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도 같다.
하지만 두 차종의 성적은 매우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오피러스는 2003년 출시 후 본격적인 물량이 풀린 첫 달 2833대가 팔리며 존재감을 나타냈고, 2006년 출시된 뉴오피러스는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월평균 1900대씩 팔려나가며 19개월 연속 대형차 부문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법인 시장에서의 인기도 높아 삼성그룹 임원들로부터 옛 계열사였던 르노삼성 SM7 대신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반면 아슬란의 경우 현대차의 기대와 달리 법인 판매에서의 부진이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재계 상위 4개 그룹이 이번 임원 인사에서 아슬란의 법인 차량 도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은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아슬란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고, LG그룹은 법인차로 LG화학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K7 하이브리드를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아슬란의 생산처인 현대차그룹마저 부사장급 이상의 임원에게만 법인차를 지급해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긴급처방으로 현대차는 아슬란의 할인 카드를 내놨다. 신차가 출시 3개월만에 할인에 들어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자사 차량을 보유한 고객이 아슬란을 구매할 경우 100만원을, 수입차 보유 고객 대상으로는 50만원을 깎아준다. 현대캐피탈을 통해 아슬란을 리스 혹은 렌탈하는 고객에게도 50만원 할인을 적용한다. 또 아직 팔리지 않은 10월 재고분에 한해서는 할인 폭을 더 키워 300만원의 추가 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같은 할인 혜택은 개인 뿐만 아니라 법인 고객에게도 적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차급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아슬란을 아직 생소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슬란을 직접 겪어본 고객들의 평가가 호의적인 만큼 시승 행사 위주의 고객 접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계속 전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