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금융정책 동력 상실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경제·금융정책들도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부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탄핵 정국과 상관 없이 금융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여야가 각종 정책·법안을 두고 번번이 부딪혀온 데다 대선 정국 돌입으로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2300兆 가계부채 '시한폭탄'···'지분형 모기지' 어디로
차기 정부가 물려받게 될 최대 과제는 '가계부채 관리'다. 내수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경제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총량은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무주택자·저소득층 등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부동산 부문에 쏠려있는 자산이 신성장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2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여러 요인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인 셈이다.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 해소의 핵심은 현재의 부채중심 금융구조를 자본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며 '지분형 모기지'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분형 모기지는 개인이 주택을 매입할 때 정책금융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는 상품으로, 개인의 부채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한다. 공공부문과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개인이 대출을 과도하게 일으키지 않고도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분형 모기지는 개인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전체 가계부채 규모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묘수'로 평가되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도 지분형 모기지 상품 출시와 관련, 관계부처 협의에 돌입한 상태다.
그러나 이날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지분형 모기지 도입 동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채를 자본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보다 장기적인 시계를 갖고 추진될 수밖에 없는데 조기 대선으로 내각이 새롭게 꾸려진다면 관련 논의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정부 지분을 투입해 개인의 주택구입을 지원하는 것은 재원 확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차기 정부에 재정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6월 발표한다던 제4인뱅 예비인가···동력 '뚝'
금융당국이 은행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겠다며 추진해온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26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한국소호은행 △포도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등 4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후 6월경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탄핵 선고 이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공직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국정에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당초 계획대로 정책 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기대선이 늦어도 6월 초 치러질 예정인 만큼 제4인뱅 예비인가 발표가 실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조기대선 날짜는 5월 마지막주 혹은 6월 첫째주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4인뱅의 경우 지난해 비상계엄 직후부터 정책 추진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더존뱅크, 유뱅크 등이 줄줄이 이탈하며 일찍이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오면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과제들은 일단 '올스톱' 되는 게 당연한 순서"이라며 "새 정부가 제4인뱅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시기를 늦춰서 예비인가를 내줄 가능성이 높고,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뜨거운 감자 '상법 개정안' 재추진될까
국내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다양한 '밸류업' 과제들은 '폐기'보다 명칭 변경을 통한 '재추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자본시장 선진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적극 추진돼야 할 과제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밸류업의 뜨거운 감자였던 '상법 개정안'의 경우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주식시장과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 등을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결국 한 권한대행이 최종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지만 더불어민주당 측은 상법 개정안이 최종 부결되더라도 언제든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만약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되면 상법 개정안이 재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