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회장 계획부터 완주"…'성완종 리스트'도 해명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NH농협금융지주의 차기 수장 자리에 오른 김용환 회장이 공식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다. 당장 NH농협금융의 '수익성 강화'가 김 회장의 최대 당면 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회장 선임 직전까지 논란이 됐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도 김 회장에게는 여전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
김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농협 본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회장 재임 기간 동안 만들고 싶은 NH농협금융의 모습을 밝혔다.
우선 김 회장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제고하는 게 제일 중요할 것"이라며 "생산성을 위해서는 결국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네트워크나 노하우, 현지 당국과의 관계와 관련 사업이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사업기반을 공고히 하고, 신사업을 발굴·육성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해외진출을 통해 농협금융의 성장동력을 찾을 것"이라며 "전통적인 수익원의 한계에 부딪힌 지금의 환경에서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범위한 범농협 인프라를 갖춘 농협금융에게 해외 시장은 더 큰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며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겠지만,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했던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저의 경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 그룹의 디딤돌을 놓는 심정으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는 국내 경제가 어렵고, 금융산업이 저금리 상태이기 때문에 내실을 다져야 한다"며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 등을 두루 점검하고, 자산운용과 증권 부문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금융회사는 고객의 신뢰가 존립 기반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고객의 신뢰는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해 그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건전성과 수익 창출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업·농촌 지원을 위한 수익센터 역할을 중단없이 수행해야 할 NH농협금융에겐 튼튼한 건전성의 토대 위에서 외형에 걸맞은 내실있는 수익성 확보는 더욱 절실하다"며 "개인, 기업들의 여신, 투자금융 상황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간파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지금까지의 여신 심사기법, 사후관리 프로세스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 투명한 운영 프로세스 확립 의지
뿐만 아니라 올해 계획한 핵심과제인 △교육혁신을 통한 인적 경쟁력 확보 △보험사업 경쟁력 강화 △자산운용 명가로의 도약 작업도 로드맵에 따라 차질없이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임종룡 전 회장의 발자취를 큰틀에서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김 회장은 "새로운 약속을 하고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세우기 보다는 전임 회장께서 구상한 계획들을 하나하나 실현하고 매듭짓는 데 우선 주력하겠다"며 "이 과정에 저의 현장경험을 가미해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NH농협금융 내의 상호협력도 언급됐다. 그는 "금융업 생태계에 그룹간 경쟁패러다임이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개별 회사의 경쟁력 제고도 중요하지만 그룹의 시너지 역량 발휘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융·복합 시너지 창출이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운영체계의 명확하고 투명한 프로세스를 확립시켜야 한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측정할 수 있어야 관리할 수 있고, 관리 가능해야 의도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정확한 성과 측정과 공정한 평가야말로 구성원간 신뢰의 밑바탕이 되고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자발적 동기부여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일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성 높은 조직을 만들겠다는 게 김 회장의 지향점이다. 그는 "일하는 방식의 개선도 필요하다"며 "형식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일의 속도와 타이밍 등 실질적인 문제에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NH농협금융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 지주는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 시너지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 수행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NH농협금융의 안정적인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저는 외부의 부당한 경영간섭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주주인 중앙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 "경남기업 관련 대화 없었다"
김 회장은 이날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논란에 올랐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수출입은행은 김 회장이 행장 자리에 있었던 2011~2014년을 포함해 경남기업에 여신잔액 2741억원, 이행성보증 3000억원 등 약 57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한 바 있다. 경남기업 사태로 인해 수출입은행은 2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됐다.
여기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다이어리에 김 회장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의혹이 짙어졌다. 김 회장은 경남기업의 세번째 워크아웃 신청 직전인 2013년 9월 성 전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제가 수출입은행에 가기전부터 지금까지 3000억원 규모의 보증은 유지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의 업무 특성상 해외 건설이나 수출에 대해 보증을 많이 서주는데, 공사 이행 상황에 따라 보증 규모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추가 대출은 워크아웃 추가자금지원 과정에서 채권 비율에 따라 이뤄졌고, 제가 (수출입은행을) 나간 이후인 2014년 7월부터는 대출 비율에 따라 해줬다"며 "수출입은행이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성 전 회장과 만남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정무위 국회의원이었는데 안 만날 수가 있겠냐"며 "정치, 경제, 금융분야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고, 경남기업과 관련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김 회장은 2011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출입은행장을 지냈으며, 지난달 23일 NH농협금융 회장으로 내정됐다. 취업 제한 기한인 2년을 넘지 않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대상에 올랐고, 심사 통과 이후 지난 27일 NH농협금융 회장에 공식 선임됐다. 김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