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2011년 이후 이뤄진 송전 인프라 투자 집행액의 약 절반이 삼성전자 평택공장 운영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전자의 온실가스(불소가스) 저감률이 관련 업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5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내용과 관련해 상임위원회별 질타가 이어졌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 국감에서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을 위한 송전탑 구축에 1조원 이상이 투입됐다"며 "이런 부분이 총괄원가에 반영돼 삼성전자와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지방민들이 골고루 부담을 지다 보니 낙후된 지방의 등골을 빼서 수도권 입지와 설비를 보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서울, 경기지역의 전력자급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12.7%, 64.3%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계통인프라 투자 비용(집행기준)은 지난 10년간 무려 2조3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2013년 245억원이던 투자지출액은 2014년에는 무려 7배 가까이 급등하고 2018년에는 4440억원까지 폭증했는데 이는 2014년부터 본격화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관련 전력소비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지출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계통 인프라 투자지출액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1조1913억원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송전탑 설치에 투입됐다는 게 신 의원의 설명이다.
신 의원은 "지금까지 전력요금은 균등, 총괄원가 개념으로 적용돼 수도권,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지방의 열악한 투자환경, 정주여건을 개선해도 부족한 실정인데 특정지역에만 전력시설을 집중시키고 수도권, 대도시가 그 수혜를 누리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과 망 사용료의 정확한 부과를 통해 공정한 전력구조와 균형 발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 공급에 들어가는 여러 비용이 있다"면서도 "적절히 전력 요금에 반영하는 게 향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탄소중립 시대에 재생에너지와 분산형에너지 등을 포함한 요금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송전망 요금 체제 개편 검토를 시사했다.
같은 날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는 여당 간사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전자 온실가스 저감률이 업계 최하위"라고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이날 환경부로 제출받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산업 5대 기업의 불소가스(F-gas) 사용업체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했는데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저감률은 7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의 A사업장은 저감율이 20%에도 이르지 못했고, B과 C 사업장도 50%대 저감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대외적으로는 ESG 경영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자체적인 저감설비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이는 관계사인 삼성디스플레이 95.4%와 비교할 경우 크게 떨어지는 수치였다.
안 의원은 "삼성이 대외적으로 재생에너지 구매해서 온실가스 감축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부 간접적인 방식일 뿐"이라면서 "온실가스 감축설비 증설은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직접적인 수단임에도 삼성전자는 국민들과 투자자를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ESG 경영이 핵심인 시대에 삼성전자는 빨리 감축 설비를 갖춰 온실가스 배출 '0'을 만들도록 하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반면 LG전자는 97%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SK하이닉스 91.8%, LG디스플레이 75.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2023년부터 민간 소유 건물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의무비율이 2%로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 소유 건물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율이 0.2%에서 0.8%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원회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GS 등이 소유한 건물 29채 중 약 83%에 달하는 24채 건물이 주차면수 대비 의무설치비율 2%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삼성그룹 소유 12채 건물의 충전기는 0.4%인 119개에 그쳤다. 1000명 이상 상시근무자가 있는 현대차그룹 소유 12채 건물에는 0.8%에 불과한 77개 충전기가 설치됐으며, LG그룹 소유 4채 건물에는 35개(0.5%), GS 그룹 소유 건물 1채에는 2개(0.2%) 수준이었다.
송 의원은 "정부는 전기차 확산과 이용자 편의를 위해 건물의 의무설치비율을 설정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완성전기차의 핵심부품으로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충전소 설치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확보함으로써 전기차에 대한 대규모 수요창출과 국내 산업 육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