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20조 CXL 시장 주도권 경쟁 '치열'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가 차세대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에서는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CXL 기술&솔루션' 설명회를 열고 "CXL이 2028년에는 메모리업계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최장석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신사업기획팀장(상무)은 "고객들이 CXL 메모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시스템, 응용(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가 다 필요하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이것들이 준비를 마치게 되면서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CXL은 '빠르게 연결해서 연산한다'는 의미로 CPU, GPU, 스토리지 등의 다양한 장치를 연결해 보다 빠른 연산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CXL 기반의 D램인 CMM-D(CXL Memory Module-DRAM)는 다양한 종류의 프로세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다.
CXL D램 솔루션은 기존 D램과 공존하며 시스템 내 대역폭과 용량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사는 추가 시설투자 없이 AI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나 서버의 용량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서버를 증설해야 했으나, 기존 서버에서 SSD를 꽂던 자리에 그대로 CMM-D를 꽂아 사용하면 편리하게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개발 완료한 'CXL 2.0 D램'은 업계 최초로 '메모리 풀링' 기능을 지원한다. '메모리 풀링'은 서버 플랫폼에서 다수의 CXL 메모리를 묶어 풀(Pool)을 만들고 각각의 호스트가 풀에서 메모리를 필요한 만큼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CXL 메모리의 전 용량을 유휴 영역 없이 사용할 수 있어 데이터 전송 병목현상이 줄어든다.
데이터센터의 경우에도 효율적인 메모리 사용으로 서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총 소유 비용(TCO) 절감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CXL을 앞세워 AI 반도체 시장에서 장기적인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최장석 상무는 "올 하반기부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제품은 미리 준비한 상태"라며 "고객사들 역시 시스템 사용 준비와 응용 소프트웨어가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다만 초반 시장 규모는 아주 작을 것"이라며 "메모리 풀링이 본격적으로 지원되는 2028년부터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세계 CXL 시장 규모가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CXL D램은 전체 시장 규모의 80%에 이르는 120억달러(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만큼 CXL에서는 시장 지배적 위치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SK하이닉스 역시 CXL 시장에 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CXL 제품인 △CMM-DDR5와 △CXL 풀드 메모리 솔루션인 나이아가라 2.0 등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CXL 주도권 확보를 위해 CXL 컨소시엄 회원사로 참여하며 CXL 기술 고도화와 표준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메모리 업체 중 CXL 컨소시엄에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2019년 CXL 컨소시엄 발족 초기부터 글로벌 주요 데이터센터, 서버, 칩셋, 메모리 업체 등과 함께 CXL 생태계 확산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CXL 컨소시엄은 CXL 표준화와 인터페이스의 진화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는 협회로 삼성전자 외에 알리바바 그룹, AMD, Arm, 시스코 시스템즈, 델 EMC, 구글,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화웨이, IBM, 인텔, 메타, MS, 엔비디아, 램버스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이사회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이 현재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진행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다음달 중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품질검증을 통과하게 되면 3분기부터 HBM3E 양산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