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래로봇 기술 개발" 선언···시장 선점 현대차 앞서
배터리 新 시장 선점 위한 협력···추후 경쟁구도 재편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과 현대차가 로봇 사업에서 협력을 모색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확대될 로봇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구도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24일 경기도 의왕시 현대자동차그룹 의왕연구소에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삼성SDI는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고용량 소재를 개발하고, 설계 최적화를 통한 배터리 효율 고도화를 추진한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로보틱스랩)은 신규 개발 배터리의 로봇 적용 평가 및 성능 고도화를 담당한다. 양 측은 이번 공동 개발이 로봇 전용 배터리 혁신을 위한 대표적인 협력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로보틱스랩은 2018년 설립 이후 그동안 △사용자의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과 △AI 기반 서비스 로봇 △소형 모빌리티 등을 연구해왔다. 이 가운데 2021년에는 미국의 보행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로봇 개발 역량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4월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의 2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같은 해 11월 공개한 시연 영상에서는 실제 작업장에서 아틀라스가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아틀라스가 올 하반기 중 현대차·기아 공장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와 현대차·기아의 이 같은 로봇 전용 배터리 협업은 이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협동 로봇이나 서비스 로봇 대비 자유로운 이동과 함께 그만큼 배터리 소모가 심한 만큼 전용 배터리의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SDI은 "현재 대부분의 로봇 산업군에서는 전용 배터리의 부재로 전동 공구나 경량 전기 이동수단(LEV) 등에 쓰이는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로봇의 특성상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제한적인 데다가 규격에 맞춰 작은 셀을 적용하면 출력 용량도 함께 줄어드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협업의 핵심은 배터리 형태를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출력과 사용시간을 대폭 늘린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협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SDI와 현대차·기아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 경쟁 구도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31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와 함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로봇기술개발 선행 연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추진단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 창립 멤버이자 KAIST 명예교수인 오준호 교수가 맡는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11년 KAIST 휴보 랩 연구진이 창업한 국내 로봇 기업으로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 로봇인 휴보와 사족보행 로봇인 RBQ 시리즈를 선보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와 시너지협의체를 구성하고 미래로봇 기술 개발과 로봇 사업 전략 수립, 수요 발굴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웨어러블 로봇 시제품과 AI 컴패니언 로봇인 '볼리'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로봇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 대비 로봇 사업 본격화 속도가 다소 늦은 만큼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기술 추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CES 기자간담회에서 "먼저 출발했다고 해 빨리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유연하게 접목해 나가면 우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아직 시작 단계지만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을 상당히 중요한 미래 성장 포인트로 보고 인수합병이나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달 31일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는 로봇 사업 전략에 대해 "당사의 AI와 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휴머노이드 같은 첨단 미래 로봇 개발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하겠다"며 "자체적으로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국내 유망 로봇 AI 플랫폼 업체에 대한 투자, 협력을 통해 기술역량 확보하고 지속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로봇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초 CES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를 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를 출시하면서 로봇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낸 현대차그룹에 비하면 다소 속도가 늦은 편이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새로운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로봇 기술에서 앞서있는 현대차그룹과 협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새로운 시장 확보가 절실해진 상황에서 로봇 시장은 장기적인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2023년 24억3000만 달러(약 3조4919억원)에서 2032년 660억 달러(약 94조4900억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휴머노이드 시장은 한국의 현대차그룹과 미국의 테슬라, 중국의 BYD가 앞서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네이버, 미국에서는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들이 뛰어들면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