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은행 예·적금과 대출상품을 은행이 아닌 우체국, 저축은행, 상호금융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은행 디지털화에 따른 점포 축소로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자 전국에 2500여개 영업점을 보유한 우체국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아닌 제3자가 은행 고유 업무를 대면으로 대신 수행하는 '은행대리업' 제도를 연내 시범 도입한다고 27일 밝혔다. 은행 영업점 수가 지난 2011년 말 7623개에서 2023년 말 5794개로 2000개 가까이 줄어들며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자, 대안으로 은행 업무를 대신 수행할 기관을 선정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대리업은 은행법에 따른 은행 고유업무(예적금, 대출, 이체 등 환거래)를 제3자가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기본적으로 은행과 은행이 최대주주인 법인이 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예컨대 A시중은행의 업무를 지역에 있는 B은행 지점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별 영업망을 보유한 우체국과 상호금융, 저축은행도 대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 업무를 대리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금융업을 영위해 본 사업자로 제한하고, 인가제를 통해 운영할 계획이다. 우체국의 경우 그동안 은행 입·출금 등 기초 금융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경험이 있고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한 만큼 예외적으로 은행대리업 허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전국 영업점 2500여개를 보유한 우체국에서 은행 대출상담이 가능해짐에 따라 금융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당국은 내다봤다.
은행대리업자는 한 은행이 아닌 여러 은행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 또 금융접근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해당 업무를 대면으로만 수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본적으로 대면 영업이 불가능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제3자 대리는 금지된다.
앞으로 은행 영업점이 없는 지역에서도 은행대리업자를 방문해 은행 예금에 가입하거나 계좌이체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은행대리업자를 통해 소비자가 예금·대출상품을 비교하고 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오프라인 비교플랫폼'이 마련되는 셈이다.
다만, 대리업자가 은행의 모든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 상담이나 거래 신청서 접수, 계약 체결 등 일선 현장에서 이뤄지는 대고객 접점업무만 은행 대신 수행할 수 있다. 예컨대, 우체국을 통해 A은행 대출을 받는다고 했을 때 소비자는 우체국에서 대출상담을 받고 대출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이뤄지는 대출 심사·승인 업무는 우체국이 아닌 A은행이 담당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을 위해 연내 '은행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법률 개정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우선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근거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은행권 공동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편의점 입·출금 서비스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공동 ATM 운영 경비를 사회공헌 활동 비용으로 인정해 은행 비용부담을 줄여줄 방침이다. 설치 허용 구역도 현재 지역 전통시장에서 지역거점인 관공서나 주민편의시설, 지역 대형마트 등까지 확대한다.
편의점 등에서 모바일현금카드와 연계, 언제든 간편하게 현금거래를 할 수 있도록 편의성도 높인다. 현재 일부 편의점에서 카드·현금 기반 소액출금과 거스름돈 입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물품 구매 없이 출금을 할 수 없는 등 이용에 제한이 있었다. 앞으로는 무결제 출금을 허용하고 입·출금 한도를 상향하는 등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