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경영협의회, '이전 기관 지정안' 제출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산업은행 경영협의회가 산은을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본점 이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산은 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위법·졸속 산업은행 이전방안 무효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위법·졸속 이전방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노조는 본점 이전에 대한 사측의 의사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산은 경영진으로 구성된 경영협의회가 지난 27일 '이전 공공기관 지정 요청안'을 금융위에 제출함에 따라 이를 규탄하고 지정안 철회를 요구하고자 마련됐다. 앞서 경영협의회는 노조와 직원들의 반대에도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의결, 금융위에 제출했다.
산은이 지방 이전기관으로 지정받으려면 내부 노사협의를 거쳐 이전기관 지정 요청안을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금융위가 검토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이전기관 신청을 하면 최종적으로 국토부가 해당 안건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로부터 심의·의결을 받아야 한다. 전날 경영협의회의 요청안 제출은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해 거쳐야 하는 첫 행정적 절차인 것이다.
노조는 요청안 제출이 노사 협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산은 직원 2800여명은 본점 부산 이전 계획안 철회 촉구 연명부에 서명을 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임직원수(3396명)의 82%를 넘는 규모다.
이날 산은 노조는 "사측이 노사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전기관 지정 방안을 작성하고 의결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제출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산은 직원 2800여명이 연명부에 서명을 했다"며 "이 연명부를 보고도 노사협의를 했다고 말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전기관 지정방안 결의 내용은 '업무에 관한 중요사항'에 해당되기 때문에 상법상 '이사회' 결의사항이지만 사측은 경영협의회 의결로 처리했다"며 "사측의 의결은 정당성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노조는 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등 글로벌 변동성과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핵심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국가산업과 금융시장을 떠받치는 산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데 대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지방은행을 제외하고 모든 금융기관이 지방이 아닌 서울에 자리잡은 이유는 금융산업이 네트워크 산업이기 때문"이라며 "산은이 시장에서 제대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지방에 기금을 운용해 발전시킬 생각을 해야지, 산은 직원 1000명, 2000명이 내려간다고 지역균형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이전기관 지정안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소송 등 법적 대응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법을 무시한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의 불법 의사결정을 토대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한다면 금융위원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와 국토부가 균발위 심의를 거쳐 산은을 이전 기관으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남아있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에는 산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돼 있어 이를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이와 관련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지난 2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산은 본점을 이전해야 한다면 그 권한은 국회에 있는데 대통령 한 마디에 국회 동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이전 추진하겠다니 깡패가 따로 없다"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점증하는 현실에서 이전을 둘러싼 혼란과 업무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생각해봤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