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사후대응 미흡, 지배구조 개선 노력 훼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9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처음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등 사후대응절차와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며 누군가는 책임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현 경영진에 책임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감원은 설명자료를 통해, 우리은행은 올해 1월 이번 부당대출과 관련한 첫 자체감사를 실시하기 이전인 지난해 4분기에 이미 해당 대출의 상당수가 부적정하게 취급되고 부실화됐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에 부적정한 대출을 주로 취급해준 임 모 전 선릉금융센터장과 관련해, 해당 대출이 부실여신 검사 대상으로 통보되던 시점은 지난해 7월이다.
이어 같은해 9~10월경 우리은행은 여신감리 중 해당 여신이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임 전 본부장이 퇴직(그해 12월)한 이후인 올해 1월이 돼서야 자체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3월 관련 감사를 종료하고 4월 임 전 본부장에 대한 면직 등 자체징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금감원에 한 차례도 보고하지 않았다. 이후 5월 금감원이 먼저 제보를 통해 입수한 내용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나서야, 관련 자체감사 결과를 금감원에 전달했다.
또 자체감사 과정에서 임 전 본부장과 대출자의 범죄혐의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의 관련 보도자료가 언론에 배포된 이달 9일 직후에야 뒤늦게 관련자들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고 당국은 전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이번 부당대출 늑장보고 의혹과 관련해 "해당 사안은 여신 심사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하므로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고, 뚜렷한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수사의뢰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이번 부당대출을 처음 인지한 지난해 4분기에 이미 '금융사고 보고·공시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은행법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67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금융업무와 관련해 소속 임직원 또는 임직원 외 사람에게 횡령, 배임 등 '형법' 또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된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 지체없이 금감원에 금융사고로 보고하고 홈페이지 등에 공시할 의무가 있다.
금감원 측은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은 이번 전직 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는 등 그간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규모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금융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금융사고 미보고 등 사후대응절차 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전반적 내부통제 미작동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금융사고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통제상 취약점, 지배구조체계상 경영진 견제기능 미작동 등도 면밀히 살펴 미흡한 부분을 신속하게 개선·강화하도록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헌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에 대해 “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가 안된 게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사실상 현 경영진을 정조준한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손 전 회장의 매우 가까운, 친인척 운영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공급이기 때문에 전 회장 시절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은 은행 내부에 의사결정하는 분들이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특히 “(임종룡 회장, 조병규 행장이) 오고 벌써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도 감사팀, 검사팀 등을 통해 알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