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경남은행의 562억원 직원 횡령, 대구은행의 계좌 불법개설 등 은행권에서 각종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법령상 최고 수준의 책임을 물어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0일 인천 청라 하나금융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ESG 경영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수신 과정에서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것은 은행의 기본이자 핵심 업무"라며 "횡령한 본인은 물론 그 관리자, 그리고 그 은행이 이를 꽤 일찍 파악했음에도 당국에 보고를 늦게 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법령상 허용되는 최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남은행에서 지난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하던 직원이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을 저질렀다가 적발됐다. 해당 직원은 2007년부터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했지만 경남은행은 이에 대해 금감원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구은행에선 일부 직원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고객 문서를 1000여건 이상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증권업무 대행을 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은 고객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다만 이 원장이 언급한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이 최고경영자(CEO)나 임직원 제재를 의미하는지 묻는 질문엔 "은행업·증권업의 본질과 관련한 실패에 대해서는 최대한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포퓰리즘적으로 법규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과도하게 하는 건 법률가로서 문제가 있다. 균형점이 어디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계좌 불법개설 사고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허가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문에 그는 "검사가 진행 중으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이야기하기엔 어렵다"며 "내부통제 완비, 고객 보호 시스템, 핵심성과지표(KPI) 시행 여부 등이 향후 심사 과정에서 점검 요소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최근 은행권에서 잇달아 사고가 터지는 것과 관련해 금감원이 검사를 미흡하게 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지금 터진 경남은행 등에 대해서는 반성적 고찰이 생기기 이전 기간부터 지속된 것들"이라면서 "앞으로 검사를 철저히 하고 조사를 철저히 하는 한편 지금 이 시점에 모두 발본색원해서 걷어낸 다음에 새로 운영과 관행들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선의를 갖고 금융사의 보고 내용들을 믿고 챙겨야 되겠지만 보고된 내용 중 오류가 있을 경우, 어떻게 크로스체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최근 4연임에 나서지 않고 용퇴를 결정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윤 회장의 연임 내지는 재연임 도전을 할지 말지,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할지 등에 대해 당국에서는 의견을 드리지 않고, 오해받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며 "프로세스라든가 외양 면에서 보면 과거보다는 훨씬 더 진일보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