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9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며 주력인 범용 D램이 부진한 데다, 반도체 부문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며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돈 것으로 분석된다.
8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앞서 지난 2분기에는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었으나, 1분기 만에 다시 10조원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이는 당초 3분기 14조원대 영업이익을 바라봤다가 최근 10조원 안팎으로 눈높이를 내린 증권업계 컨센서스(실적 전망치)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다만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한 79조원으로, 2022년 1분기(77조7800억원)의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12∼16주로 증가하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당초 예상을 밑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7.07% 내리며 작년 4월(-19.89%)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의 가격도 전월보다 11.44% 하락했다.
또한 삼성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경쟁업체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성과급)과 파운드리 수주 부진, 비우호적인 환율,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 자료를 통해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 수요 견조에도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의 영향을 받은 가운데 일회성 비용과 환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고,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며 "디바이스경험(DX)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 디스플레이(SDC)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일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후 부진한 성적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측은 성명을 통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지금 삼성전자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위기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증권가는 4분기에도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부진이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일반 D램 턴어라운드와 함께 물량적 우위를 가진 삼성전자의 수혜가 기대됐으나, 예상보다 더딘 수요 회복으로 오히려 경쟁사 대비 약점으로 부각됐다"며 "IT 계절성 감안 시 내년 1분기까지 강한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와 주가 급락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HBM 기술 격차 등 악재가 충분히 반영됐고, AI 시장 확대에 따른 견조한 HBM 수요 등을 감안하면 업황이 급격히 다운턴(하강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E 성과 확인이 4분기까지 지연되는 점 등 악재를 감안해도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시장 우려와 달리 내년 D램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DS 부문 이익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