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기업공개(IPO) 흥행 열기가 급속도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장한 탑런토탈솔루션과 에이럭스는 오후 2시 58분 현재 공모가 대비 -24.06%, -37.50%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800~900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해 탑런토탈솔루션은 1만8000원, 에이럭스는 1만6000원으로 희망 공모가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책정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초가는 공모가에 미치지 못했고, 특히 에이럭스는 이날 단 한 순간도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최근 IPO에 나선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 첫날 공모가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날 2개를 포함해 7개 연속이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보면 전날 상장한 성우는 공모가 3만2000원보다 -12.5% 하락한 2만8000원으로 첫날 거래를 마쳤다.
클로봇도 공모가가 1만3000원이지만 첫날은 -22.54%나 하락한 1만70원에,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은 -22.8% 하락한 1만6980원, 웨이비스는 -27.4% 하락한 1만890원, 씨메스는 -23.0% 하락한 2만3100원으로 첫날을 마감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공모주에 참여해 상장 첫날 매도하면 소위 '치킨값'은 벌고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만, 이제 완전히 틀린 말이 됐다.
지난 1월 우진엔텍과 현대힘스는 불과 이틀 차이를 두고 상장했음에도 두 개 모두 공모가 대비 300% 상승으로 마감했다. 이후에도 상반기까지는 상장 첫날 20~30% 상승은 너무 당연했고, 100~200% 상승하는 종목들도 종종 보였다.
하반기부터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7월 2일 상장한 이노스페이스는 -20.4%를 기록하면서 스팩을 제외한 상장 기업 중 올해 첫 하락 마감을 기록했다. 이어 같은 달 15일 엑셀세라뷰틱스가 -16.7%, 한 달 뒤인 8월 12일 상장한 뱅크웨어글로벌이 -1.6%, 8월 20일 상장한 케이쓰리아이와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각각 -31.9%, -18.3%를 기록하는 등 공모가를 하회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IPO를 계획했던 기업들도 시기를 다시 미루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상장에 앞서 기관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으나 예상보다 낮은 공모가가 형성되면서 시기를 다시 살피기로 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아예 미국 증시 상장으로 눈을 돌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시장이나 유통시장 모두 활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