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쇼크⑤] 반도체·가전, 환차익 기대감↑···설비·물류 비용은 부담
[고환율쇼크⑤] 반도체·가전, 환차익 기대감↑···설비·물류 비용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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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높은 수출 비중에 일시적 호재···美 설비투자 비용 증가
가전, 원자재값·물류비 상승 '악재'···고부가 제품 비중 늘어날 듯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24일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전장 대비 4.4원 오른 달러당 1456.4원에 마감되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과 현지 생산의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가전의 경우에도 고환율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단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시 비용이 증가하고 미국 현지 설비투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가전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상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고환율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는 내수 대비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본사와 해외 법인, 고객간 거래 시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달러 가치 상승은 메모리 반도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88%, SK하이닉스는 94%에 이른다. 

이 밖에 메모리 반도체 특성 상 매출원가에서 고정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원재료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재료비 증가분 이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상승 효과일 뿐,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에 설비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자칫 투자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첨단 칩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대당 가격이 2억 달러에 이른다. 

이 밖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설립하는 반도체 공장의 투자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공장 건립과 오스틴 기존 생산설비 확장 등에 370억 달러를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건설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해당 공장은 2028년 하반기 가동될 예정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가 상대적으로 고환율의 수혜를 받는다면 가전제품은 환율 수혜도 비교적 적어 비용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12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8% 늘어난 반면 가전은 5억7000만 달러로 13.9% 줄어들었다. 전체 수출 563억5000만 달러 대비 반도체 비중은 22%, 가전 비중은 1%에 불과하다. 

휴대전화를 제외한 가전은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가운데 철강과 구리 등 원자재값이 상승하면서 생산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제품 부피가 큰 만큼 해상 물류로 운송을 해야 해서 물류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주, 선사, 포워더 등은 내년 해상운임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시장의 경우 고환율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과 비상계엄·탄핵 정국 여파로 연말 특수를 누리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연말 특수를 노린 프로모션이 늘어나면서 마케팅 비용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부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성능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인 가전 신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최근 2025년형 QNED TV에 무선 솔루션을 처음으로 탑재해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CES에서 AI홈을 탑재한 스크린 가전 신제품을 대거 출시한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간) 11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5%보다 0.1%p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미국의 물가 상승 우려가 해소되면서 23일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로 소폭 내림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준 금리 인하를 지연하면서 당분간 1400원대 중반의 환율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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