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에 필요한 외화 매수시 분할매수 전략"

세밑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경기침체에다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오가고 있다. 고환율 직격탄을 맞은 국내 기업들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달러로 대금을 결제하는 수입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원자잿값 및 원유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위기감이 넘어 비상경영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국내 산업계의 대응책을 5회에 걸쳐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강달러가 지속하면서 항공업계에 먹구름이 꼈다. 유류비·리스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지출구조 탓이다.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18일 1451.70원을 찍은 이후 19일 1448.00원으로 소폭 하락한 후, 23일 자정 기준 1452.60원으로 다시 1450원대를 돌파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산과 제롬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시사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류비·리스비 등 주요 비용을 모두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대한항공의 3·4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외화평가손실은 330억원가량이 발생한다. 3분기 말 환율이 1319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미 4300억원에 이르는 외화평가손실이 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증권가는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들의 4분기 실적이 추정치를 하회할 것으로 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형항공사(FSC)는 여객·화물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기에 그나마 현 상황을 극복할 체력이 충분하나, 저비용항공사(LCC) 매출은 주로 한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에서 나오기에 달러를 얻을 기회가 FSC보다 적다"며 "이 경우 비용지출 증가로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LCC업계는 강달러에 따른 실적 감소를 막고자 연말 항공권 할인 판매에 나선 상태다. 진에어는 내년 3월 29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인천~괌, 부산~괌 노선을 할인 중이고, 제주항공도 내년 3월 29일까지 탑승하는 일본 전 노선에 대해 특가 행사와 2월 말까지 탈 수 있는 동남아시아 노선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역시 연말까지 국제선 15% 할인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의 경우 통합LCC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항공권 할인을 해서라도 실적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며 "다만 원·달러 환율 1400원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서 당장 흑자를 보더라도 중장기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지출에 필요한 외화 매수시 분할매수 전략을 통해 급격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으며,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위험 최소화를 위해 자금거래시 동종통화로 거래해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익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