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에 낮아진 성장 전망···회복 가능성 ‘쑥’
대선 국면 속 추경 통한 경기부양 vs 재무건전성 우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며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가장 큰 불확실성 하나가 해소됐다. 시장에선 높아진 대외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단초가 드디어 형성됐다 평가하고 있으며, 나아가 침체된 한국 경기가 계엄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으론 대선 국면의 돌입으로 컨트롤타워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미국 상호관세 등 대외요인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추경을 둘러싼 여야의 경쟁이 격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 '8-0'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123일 만이다. 해당 시점을 기점으로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으며,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시행될 예정이다.
시장에선 이번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그간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했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적으로 최근 1480원에 근접했던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30.2원까지 급락했다.
지난 2월 금통위 당시 한은이 계엄으로 인한 환율 상승분을 약 30원 정도로 추산한 바 있다. 이날 하락분엔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영향도 있지만, 원화 저평가 요인 중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해소되면서 환율이 안정화됐다는 진단에 무게가 실린다.
성장 전망치도 상향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지난 1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전망을 기존 1.9%에서 1.6~1.7%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소비 등 내수를 중심으로 약 0.2%p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2289조6000억원임을 고려하면, 비상계엄 여파에 올해에만 실질 GDP가 4조6000억~6조9000억원 가량 급감할 것이란 진단이다. 이 가운데 이번 탄핵심판 선고 결정으로 내수 등이 좀 더 빠르게 회복되면서 하향 조정분 일부가 되돌려질 것이란 평가다.
여기에 여야의 핵심 갈등 요인이었던 탄핵이 결정되면서 소극적이었던 추경 관련 합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기 대선 과정에서 추경 관련 내용이 공약 등을 통해 구체화되며 재정정책 동력도 활성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지난 2월 금통위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하향 조정된 성장 전망에 추경이 반영되지 않았다. 몇 개월내 추경이 발표되면 경제에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한 바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으로 막혀있던 재정정책 동력이 추경을 중심으로 6월 초 대선국면까지 확대될 전망"이라며 "최근 산불 관련 10조원 추경편성이 진행된 상황에서 기업과 한계영역 소득자 지원으로 10조원 내외가 추가될 공산이 크다. 작년 GDP 규모를 고려하면 20조원 가량의 추경은 0.2% 내외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진했던 민간 소비 역시 회복될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동시에 계엄 사태 이후 냉각됐던 소비 심리가 반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라며 "조기 대선 국면 전환으로 유력 후보들의 대선공약에 따른 정책 기대, 추경 예산안 등이 탄력을 받으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상호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대선 정국 돌입으로 경제 전반의 혼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은은 통상환경 악화로 재화수출 성장률이 지난해 6.3%에서 올해 0.9%로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557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오는 5일부터 대미 수출품에 대해 25%라는 높은 관세가 적용될 경우 수출 부문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해당 관세가 어디까지나 '상한선'이며, 협상에 따라 세율이 조정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대선 국면 돌입으로 최소 2~3개월간 컨트롤 타워의 부재가 불가피한 만큼 미국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기 대선 과정에서 여야간 경쟁이 격화되며 수십조원 규모의 표심잡이용 추경이 편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야당 측에서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 가운데, 추경 규모가 더 늘어날 경우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진단이다.
이에 이창용 총재는 "추경은 기본적으로 일시적으로 고통을 좀 완화하는 역할이다. 장기적으론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해당 측면에서 추경 규모가 20조원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의 인용은 대선의 시작을 의미한다. 당장의 불확실성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재정여력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지출의 가파른 증가는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