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마케팅으로 소비 양극화 심화
![매장에 옷이 진열돼 있다. (사진=권서현 기자)](/news/photo/202502/547833_300952_1418.jpg)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이커머스 업계가 명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온라인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쿠팡·11번가·SSG닷컴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앞다퉈 명품 전문관을 론칭하거나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1일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020년 14조9964억원에서 2023년 21조9900억원으로 약 47% 증가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23조 원대로, 오프라인 채널이 19조1745억원, 온라인 채널이 2조6405억원을 차지하며 여전히 오프라인 명품 소비액이 더 높은 상황이다.
명품은 다른 소비재보다 경기 변동에 영향을 덜 받으며,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기반으로 꾸준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카테고리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기업들은 정품 인증 강화, 프리미엄 서비스 도입, 명품 직매입 및 입점 확대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 럭셔리 뷰티 서비스 '알럭스(R.LUX)'를 출시하며 명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알럭스의 첫 앰배서더로 배우 김고은을 발탁했으며, 2023년 12월에는 65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명품 유통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했다. 파페치는 샤넬·에르메스 등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개국에 유통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현재 쿠팡 Inc에서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럭셔리 뷰티 쇼핑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인 서비스와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2023년 명품 전문관 '우아럭스'를 론칭했다. 우아럭스는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컨템포러리 브랜드까지 총 1000여 개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하며, 에르메스·샤넬 등 고가 명품부터 빈티지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12월부터 △루이비통 △보테가베네타 △버버리 등 해외 명품을 자사 앱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직매입이 아닌 입점 방식으로 운영하며, 현재 30개 브랜드의 730여 개 의류·가방·패션 잡화를 판매 중이다.
SSG닷컴은 지난해 명품 전문관 '쓱 럭셔리'를 새롭게 단장하고, 올해 주요 사업으로 명품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명품 보증서 'SSG 개런티'와 가품 200% 보상제를 시행하며, 중고 명품 거래를 위한 별도 페이지도 개설했다.
롯데온은 지난해 11월 명품 특화 매장 '럭셔리 쇼룸'을 오픈하고 20만여 개의 해외 명품을 선보였다. 이달에는 에트로·스카로쏘·아르마니 시계 등을 공식 입점시키며 명품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온 관계자는 "앞으로도 명품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명품 소비가 증가하는 '배블런 효과'(소비자가 가격이 높을수록 더 높은 가치를 느끼며 구매하는 현상)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명품 브랜드들이 '럭셔리'와 '프리미엄'을 내세우면서 소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시장의 성장과 함께 리셀(재판매)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며 "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를 강조하며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소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