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관세 유예' 안도···불확실성 남아
"보편관세 이전까지 영향 제한적···민·관 대응해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502/547806_300927_1335.jpg)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취임 20일을 넘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 관세 폭탄을 터트리며 우리 기업들 역시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9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에 대해 "기본적으로모든 알루미늄과 철강에 예외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며 "이는 미국에서 많은 업체들이 개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재임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연평균 수출량의 70% 수준인 263만톤(t)까지 무관세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관세 조치로 이 같은 정책은 폐지되고 3월 12일부로 25%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가를 가리지 않는 보편 관세인 만큼 가격 경쟁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6837억6000만달러 중 철강은 332억9000만달러로 4.87%에 불과하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을 고려해도 한국은 철강 29억달러로 4위(9%), 알루미늄은 7억8000만달러로 3위(4%)에 불과하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철강 덤핑 공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번 추가 관세가 뼈 아플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철강 수요 부진과 이차전지 소재 가격 하락 등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크게 감소했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연간 실적은 각각 60.6%, 82.1%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압박까지 거세지면서 현지 투자를 위한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2029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에 10조원 안팎의 비용을 투입해 제철소를 짓는다. 현대제철은 여기서 생산한 차량용 강판을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공급하고 이를 통해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역시 미국 현지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세아그룹 역시 텍사스주에 짓고 있는 특수합금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철강업계가 현지 생산체계 구축을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지만, 그동안 경기 침체로 국내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춘 상황에서 미국 현지 생산이 확대될 경우 국내 경기 침체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가 이틀 뒤인 3일에 '30일 유예'를 결정했다. 이 같은 결과는 클로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통화해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특히 멕시코에 북미 생산기지를 구축한 만큼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다소 큰 타격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30일 유예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지만, 한시적 조치인 만큼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멕시코가 미국 정부에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 흐름을 억제한다는 전제로 관세 유예를 이끌어낸 만큼 이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의지가 추후 관세 압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K4 (사진=기아)](/news/photo/202502/547806_300929_1411.jpg)
우리 기업의 북미 생산기지인 멕시코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 포스코 등 525개 기업이 진출해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멕시코에서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제품 외에 LG마그나의 전장 부품도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다.
당장 관세 적용이 유예됐지만,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현지 기업들은 멕시코 생산량을 조정하고 미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의 건조기 생산 공장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멕시코 일부 생산라인을 미국 테네시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다만 현지 생산라인 구축 비용과 미국의 인건비를 고려하면 멕시코에 생산라인을 조정하면서 미국 생산라인으로 현지 수요에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8년 세탁기 세이프가드 당시 미국 현지에 생산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우리 기업이 받는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9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10% 추가 관세에 캐나다·멕시코 관세, 보편관세 10%까지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체 1.9%인 132억달러가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보편관세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감소 규모는 2억2000만 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여기에 대미국 수출은 19억600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지원 KITA 수석연구원은 "현재까지 언급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특정국 관세 조치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제한적이며 아직까지는 보편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보편관세가 도입되는 시점이 수출 감소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만큼 민·관이 지혜를 모아 선제적으로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확대하고 관세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