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앞세운 삼성 XR 헤드셋, 합리적 가격 필요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애플이 올해 2월 출시한 XR(확장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가 높은 가격 영향으로 일반 소비자들뿐 아니라 기업 소비자들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높은 가격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차세대 XR 헤드셋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폰아레나가 시장조사업체 IDC의 조사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최근 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IDC는 지난 6월 미국 내 기업의 AR·VR 구매 담당자 402명을 대상으로 비전 프로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이 되지 않는 35%가 비전 프로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IDC는 이들이 특정 산업군에 국한돼있으며 산업계 전반에 대해서는 아직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츈 선정 100대 기업 중 절반이 하나 이상의 비전 프로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팀 쿡 CEO는 구체적인 판매량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판매량이 다소 늘어났을 가능성은 있으나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수량일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앞서 비전 프로는 미국 내에서는 출시 직전 사전예약에서 3일만에 20만대를 판매했으나 이후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비전 프로 출시 전 미국 내 예상 판매량을 80만대로 전망했으나 이후 40만대로 조정했다.
비전 프로의 이 같은 판매 부진은 높은 가격 때문이라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비전 프로의 미국 내 출고가는 3499달러로 한화 약 469만원에 이른다. 반면 비전 프로의 경쟁자로 지목되고 있는 메타 퀘스트3은 499달러부터 시작한다. 비전 프로가 애플 디바이스와 호환성을 갖춘 만큼 아이폰 이용자에게 훨씬 유용한 제품이 될 수 있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비전 프로가 높은 가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삼성전자의 XR 헤드셋 역시 가격이 흥행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갤럭시 언팩에서 구글, 퀄컴과 XR 헤드셋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10월 개발자용 XR 헤드셋을 공개하고 내년 2월 갤럭시 언팩 전후로 소비자용 XR 헤드셋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갤럭시 AI를 선보이고 모바일 디바이스 전반에 AI 적용을 확대하는 만큼 XR 헤드셋 역시 소프트웨어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자체 개발한 차세대 OLEDoS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퀄컴의 XR 전용 모바일 AP도 탑재한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강화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XR 헤드셋은 비전 프로와 같은 수준의 가격으로 책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타 퀘스트3보다는 고가의 제품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XR 헤드셋 가격을 1000~2000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애플 비전 프로는 올해 초 미국에 출시된 후 6월과 7월에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세계 주요 국가에 출시됐다. 한국은 현재 애플의 비전 프로 출시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