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거래일째 상승했다. 지난 3일 종가인 2500.10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네번째 '대국민담화'에 한 때 2450선을 하회하기도 했으나 뒷심이 발휘되면서 2480선 위로 올라섰다.
코스피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4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만에 5.58% 하락해 전세계 90여개 국가 지수 중 92위를 기록했다. 꼴찌는 9.2% 하락한 코스닥이다. 정치적 불안이 주식시장에 투영돼 크게 흔들렸다. 이 기간 개인은 9690억원, 외국인은 9059억원어치를 던졌다.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은 113조원이나 증발했다.
연말이 되면 해가 바뀌기 전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거나 지수 편입 종목 조정, 연말 리밸런싱 등이 진행돼 시장에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다. 특히 기관 등이 연간 실적 정산을 위해 거래를 전반적으로 줄여, 적은 매수세로도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산타랠리'다.
실제로 하반기 약세를 면치 못하던 코스피가 12월 3일 2% 가까이 올라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미국의 나스닥과 S&P500 등 주요지수도 역사상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같은 기대감은 단 2시간 반 만에 완전히 무너졌다.
그래서 최근의 상승 랠리는 여느때보다 의미가 남다르다. 3거래일간 나타난 이른바 '적삼병' 캔들은 저가권에서 나타나면 하락을 멈추고, 향후 지속작인 상승세로 이어지는 신뢰도가 높은 패턴이다. 투자심리가 돌아온다면 전세계 92위였던 코스피 지수 폭락도 누군가의 말처럼 '뜬금없는 해프닝' 정도로 그칠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정치적 불안에 점차 적응해가고 있다. 줄곧 '셀'을 외치던 외국인은 12일 209억원어치를 파는 정도로 마무리 했고, 개인도 불안이 한창이던 때와 비교하면 매도 규모가 크게 줄었다.
증시의 중요 변수인 금리 흐름도 상당히 우호적이다.
최근 캐나다중앙은행이 올해 5번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낮췄다.
오는 17~18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전문가들의 98.1%가 금리를 0.25%p 낮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산타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누가 추고 있는지 모를 '광란의 칼춤'. 이제 끝낼 때다. 산타랠리가 기대되는 일상으로 하루속히 돌아가야 한다.
박시형 증권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