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평균 분양가 5456만원···1년새 55.5% '쑥'
1기 신도시 사업·그린벨트 해제 등 공급 정책 쏟아져
대출 규제에 집값 양극화 커져···전세→월세화도 가속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책 영향 등으로 차별적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수도권 외 지역의 집값과 청약 흥행 양극화가 극명했고, 서울 내에서도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마·용·성' 등 핵심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집값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25일 KB부동산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대비 0.4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년 대비 6.72% 떨어진 것에 비하면 하락폭은 줄었다. 특히 서울은 1년 전보다 2.60%, 수도권은 0.81%오르는 등 집값 회복세를 넘어 최고가를 경신한 곳도 속출했다.
이 중에선 강남과 인접한 경기도 과천시가 11.38% 상승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1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에선 △강남구 6.54% △성동구 6.47% △송파구 6.18% △강동구 6.02% 4곳이 6%대 상승률을 보였으나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인 △도봉구(-1.93%) △노원구(-1.68%) △강북구(-1.66%) △중랑구(-1.53%) △금천구(-2.69%) 등 5개 자치구는 하락세를 보였다.
5개 광역시 중에서는 대구(-3.49%)와 부산(-2.81%)의 하락이 컸고, 기타 지방에서는 경남 거제시(-8.13%)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지역 산업 업황이 불황인데다가, 신규 아파트 공급 과다로 미분양이 쌓였다는 평가다.
◇ "되는 곳만 된다"···청약 양극화 뚜렷
이 같은 지역별 집값 양극화를 견인한 것은 수도권의 재건축 아파트였다. 이른바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선호 현상이 계속되자 건설사들은 미분양의 우려가 적은 수도권 공급을 늘려왔다.
올해 분양시장에는 수도권에서 14만5560만가구, 지방은 11만3227가구가 공급됐다. 지난해 연말 조사된 올해 계획물량 26만5439가구 중 97%가 실제 공급됐고, 87%(22만9904가구)는 분양으로 이어졌다. 최근 3년간 계획물량 대비 실적이 평균 71% 수준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실행률이다. 이는 올해 분양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3.64대 1이었다. 그러나 △서울 154.5대 1 △수도권 21.55대 1 △지방 6.62대 1 등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올해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회복 지역이 늘어나 시세 차익을 노리는 '로또 청약'과 신축·아파트 선호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로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강남권의 '대어급 신축' 아파트는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도 2배가량 웃돌며, 강남, 서초구 2곳에만 올해 사용된 전체 청약 통장 수의 약 58%가 몰렸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공급이 이어지며 평균 분양가도 급등했다. 올해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5456만원으로, 지난해 말 3508만원보다 55.5%(1948만원) 증가했다. 부동산R114가 2000년부터 분양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 오름폭이기도 하다.
반면 전국 기준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2023년(1800만원) 보다 239만원 증가한 2039만원으로 집계됐다. 제주의 평균 분양가격은 2614만원으로 서울 다음으로 높았고 △부산 2356만원 △울산 2125만원 △대전 2035만원 △대구 2019만원 △경기 2006만원 순이었다.
◇ 공급 정책 발표···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그린벨트 해제
임기 중 270만호 공급 목표를 설정한 윤석열 정부는 연초부터 공급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가장 먼저 1.10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착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1기 신도시의 선도지구 사업을 발표했다. 또 비아파트 수요 진작을 위해 소형 신축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추고, 관련 건축과 입지규제 등을 완화했다. 이외에도 공공 주택 14만호 이상 공급 등을 통해 공급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반기 주택 공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계속되자, 정부는 또다시 8.8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통해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동시 수립, 정비사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용적률 상향,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공 신축 매입 확대, 미분양 매입 확약, 35조원 규모 PF대출 보증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정책의 후속 조치로 지난 11월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가 발표됐다. 해제와 함께 신규 택지가 조성됐고, 서울에서는 강남 생활권인 서초구 서리풀지구(2만호), 경기도에서는 고양 대곡 역세권(9000호), 의왕 오전왕곡(1만4000호), 의정부 용현(7000호) 등 5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 동의, 사업자 수익성 확보나 분담금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상황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분당(1만948가구), 일산(8912가구), 평촌(5460가구), 중동(5957가구), 산본(4620가구) 등 1기 신도시 내 13개 구역 3만6000가구가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심의 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선도지구의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시작된 대출 조이기···규제 '풍선효과' 현실로
정부가 가계 대출 관리를 위해 올해 9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을 주택담보대출(정책 대출, 전세대출, 중도금 대출 등)을 포함한 모든 대출 상품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대출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이른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도 시행',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선 1.2%포인트(p), 지방에서는 0.75%p의 스트레스 금리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면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초부터 꾸준히 올라 8월 넷째 주 70.5으로 정점을 찍은 서울의 매수심리지수(KB부동산 발표 기준)는 스트레스 DSR 규제 적용이 시작된 9월 57.8까지 급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아파트 매매 문의량을 알 수 있는 수치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를,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많다'를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월별 매매 거래량도 지난해 12월 1790건에서 올해 7월 9518건으로 7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8월부터 7609건으로 꺾이기 시작해 스트레스 DSR 적용이 시작된 9월에는 4951건으로 떨어졌다. 대출 길이 막힌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하기 더 어려운 여건이 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십억원에 이르는 아파트가 대다수인 강남 등 상급지에선 대출 의존도가 크지 않았던 탓에, 서울 지역 내에서도 중저가 아파트와의 집값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1분위(하위 20% 평균) 평균은 4억9061만원, 5분위 평균(상위 20% 평균)은 26억8774만원으로 5분위 배율이 5.5배로 벌어졌다. 이는 2008년 통계 조사 이래 역대 최대 격차다. 전국의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0.93으로 역시 역대 최대 격차를 이어갔다.
집값 상승 피로감에 전세 수요는 견고했다. 그러나 전셋값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일부 수요자들은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사례도 속출했다. '전세의 월세화'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10월 대비 1.4p 상승한 119.3을 기록해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11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44.1%로 10월(41.2%)보다도 크게 상승했다. 전세사기 여파에 전세 기피가 심화한 빌라 등 다세대 주택에선 이미 월세 거래가 전세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올해 1~11월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임대 거래 중 월세 거래는 6만6194건으로, 지난해보다 10.1% 늘었다. 반면 전세 거래량은 5만7604건으로 같은 기간 13.3%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