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을 전후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 시행 전 규제를 피해 서둘러 매매에 나선 수요에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한 수요가 더해지면서 거래가 급증한 영향이다.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9125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건수다. 거래 신고 기한이 한 달 가까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지난달 거래량은 1만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1월(1만2564건) 이후 최다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6.17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삼성·대치·청담·잠실동이 있는 강남구(402건)와 송파구(604건)가 올해 월간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다. 서초구(274건)도 지난달 월간 최다 거래를 기록하며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 모두 이미 6월 거래량이 올해 최대를 넘어섰다.
9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지역에서도 거래가 활발했다. 노원구(1135건)와 도봉구(568건)는 이미 5월의 2배 수준으로 거래가 늘면서 연간 최다 기록을 깼고, 강북구(238건)는 전달(133건)의 2배가량 거래가 늘면서 1월(312건) 거래 건수에 다가서고 있다.
금천구(163건), 관악구(356건), 구로구(560건)도 5월 거래량과 2배 안팎의 차이를 내며 연간 최다 거래 건수를 달성하거나 달성을 앞두고 있다. 강서구(637건), 강동구(508건), 양천구(408건), 동작구(296건), 서대문구(281건), 광진구(118건), 중구(102건) 등도 6월에 연간 최다 거래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가격은 통상 비례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6.17대책을 전후해 서울 집값 상승을 점치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북 지역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30.0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3년 이후 최고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100이 넘으면 매매가격 상승을 점친 의견이 많다는 것을, 100 이하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전용면적 68.13㎡는 이번 대책 발표 전 6억원 아래에서 거래되다가 지난달 18일 6억1100만원(14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고, 지난달 22일 6억3000만원(18층)으로 다시 신고가 기록을 깨며 상승세다. 도봉구 창동 주공3단지는 이번 대책 이전에 전용 58.01㎡가 5억원 후반대에 거래되다가 대책 발표일인 17일 6억2000만원(11·12층)으로 뛰었고 지난달 24일에는 6억3000만원(4층)까지 오름폭을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강북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도 결국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초고가 주택담보 대출 규제와 세금 중과로 강북의 중소형·중저가 아파트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